방심하면 나타내는 골치 아픈 곰팡이
고호관 과학칼럼니스트
축축한 화장실, 햇빛이 잘 들지 않는 구석, 먹다가 깜빡 잊고 오랫동안 놓아둔 빵. 이런 곳에서는 으레 불청객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바로 곰팡이입니다. 벽이나 먹을 것에 곰팡이가 솜털처럼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지요.
곰팡이는 얼핏 식물처럼 보이지만 전혀 다른 생물입니다. 곰팡이를 식물과 달리 광합성으로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지 못하고 외부의 물질을 흡수하며 살아갑니다. 그런데도 곰팡이는 지구에서 대단히 번성하고 있습니다. 식물과 미생물 다음으로 지구에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곰팡이는 공기 중에 미세한 포자를 퍼뜨려서 번식합니다. 포자는 자유롭게 떠다니다가 번식하기 적당한 환경을 만나면 자리를 잡고 번식합니다. 실제로 곰팡이는 어디에나 있는 셈입니다. 아무리 뚜껑을 잘 닫아 놓은 곳에서도 시간이 지나면 곰팡이가 번식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보지는 못해도 이미 포자가 침투해 있었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우리 주변 어디에나 존재하는 곰팡이는 이로운 존재이기도 하고 해로운 존재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곰팡이를 이용해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메주로 만드는 우리나라 전통 음식인 된장과 간장에는 누룩곰팡이가 쓰입니다. 메주에는 누룩곰팡이뿐만 아니라 여러 곰팡이가 살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인데요, 치즈를 만들 때도 곰팡이가 쓰이며, 소시지의 일종인 살라미를 만들 때도 향을 위해 곰팡이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 메주를 매단 풍경(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곰팡이에서 병을 치료하는 약을 얻기도 합니다. 가장 유명한 사례가 알렉산더 플레밍이 발견한 페니실린입니다. 페니실린은 푸른곰팡이가 세균을 물리치기 위해 만드는 물질입니다. 플레밍이 우연히 발견한 뒤로 여러 과학자에 의해 인류 최초의 항생제가 되어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했습니다. 이 외에도 곰팡이에서 얻은 물질로 만든 약이 쓰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장기 이식을 받은 사람이 거부 반응을 억제하기 위해 먹는 약인 시이클로스포린(ciclosporin)도 곰팡이에서 얻은 물질입니다.
반대로 곰팡이가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실 벽이나 벽지에 곰팡이가 핀 곰팡이는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습니다. 청소해도 잘 지워지지 않기 때문에 애초에 곰팡이가 피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좋습니다. 게다가 곰팡이가 번식해서 공기 중에 떠다니는 곰팡이 포자가 많아지면 사람에게 알레르기 반응이나 호흡기 질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평소에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에게는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지요. 그래서 습한 곳처럼 곰팡이가 번식하기 쉬운 곳에 산다면 생활 환경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 벽에 핀 곰팡이(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곰팡이에 감염되어 걸리는 질병도 있는데요, 백선이 대표적입니다. 백선은 피부, 손발톱 등이 곰팡이에 감염되어 걸리는 질병입니다. 감염되면 피부에 빨간 발진이 생기고 가려운 증상이 나타납니다. 털이 빠지거나 손발톱이 갈라지기도 합니다. 감염은 여러 부위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데, 발에 감염된 경우를 무좀이라고 부르지요.
곰팡이가 내놓는 독소가 건강에 해를 끼치기도 합니다. 빵과 같은 음식에 곰팡이가 피었다면, 곰팡이가 핀 부분만 도려낼 것이 아니라 전체를 버리는 게 좋습니다. 곰팡이가 눈에 보일 정도로 피었다면 나머지 부분이 괜찮아 보여도 전체가 오염되었다고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곰팡이 독소는 특히 더 위험합니다. 주로 견과류에서 잘 생기는 어떤 곰팡이가 만드는 독성 물질인 아플라톡신은 강력한 발암물질입니다. 아플라톡신을 접하면 간에 손상을 입거나 간암에 걸릴 수 있습니다. 호밀에서 자라는 곰팡이인 맥각이 분비하는 물질은 먹은 사람은 환각을 보며 중독 증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원인을 몰랐던 과거에 호밀빵을 많이 먹었던 많은 유럽인이 고통을 받았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곰팡이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항상 관리해주어야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겠지요. 곰팡이를 예방하려면 실내 환기를 자주 해주고, 습도를 너무 높지 않게 유지해야 합니다. 가구와 벽 사이의 공간도 공기가 통할 수 있게 적당히 띄워 주는 게 좋습니다. 음식물도 너무 오래 방치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