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으로 어떻게 지구를 구할까?
과학 칼럼니스트 고호관
오늘날 지구는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지구에 사는 우리와 동료 생명체들이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바로 인간이 일으킨 지구 온난화 때문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온난화로 생기는 기후 변화를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폭염과 한파, 가뭄, 슈퍼 태풍, 산불 등 여러 가지 재난이 수시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기후 변화로 인해 인류 문명이 종말을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위기를 경고했고,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여러 가지 대책을 세우고 있습니다. 가능한 한 탄소가 적게 나오거나 나오지 않는 쪽으로 우리의 생활 방식을 바꾸는 것입니다. 지구를 구하는 데는 너나 할 것 같이 모두가 협동해야 하는데요, 가장 추상적인 학문이라고 여겨지는 수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수학이 어떻게 기후 변화를 막는 데 도움이 될까요? 수학은 기후 변화의 속도와 양상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앞으로 기후가 어떻게, 얼마나 빨리 변할지 알 수 있다면 그에 대비한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온난화로 극심한 변화를 겪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빙하입니다. 극지방이나 높은 산에 있는 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위기감을 느끼게 해주지요. 빙하가 녹으면 녹은 물이 해수면이 높아집니다. 그러면 바닷가 근처 저지대는 물에 잠겨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됩니다. 또, 빙하가 녹으면 그만큼 태양 빛을 반사하는 양이 줄어듭니다. 빙하가 줄어들수록 온난화가 더 빨리 이루어지겠지요.

▲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해수면이 몇 년 뒤에 얼마나 올라갈지를 미리 알 수 있다면, 그곳에 사는 사람을 언제 대피시켜야 할지도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해수면이 올라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고 해도 가능한 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입니다. 새로 도시를 계획할 때도 그곳이 언제까지 안전할지 예상하고 설계에 반영할 수 있습니다.
수학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엄청나게 다양한 변수를 모두 고려해서 계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빙하가 녹는 속도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온과 수온, 태양 빛의 세기, 태양 빛을 받는 빙하의 넓이 등 계산에 넣어야 할 변수가 산더미입니다. 계산이 얼마나 복잡한지 감을 잡기 위해 예를 들어볼까요? 바다의 빙하는 내부에 아주 작은 공간이 많습니다. 이 공간으로 바닷물이 드나드는데, 이 작용이 빙하가 녹는 속도에 영향을 끼칩니다.
해수면이 얼마나 올라갈지 예측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단순히 바닷물의 양이 늘어나는 것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지구는 완전히 동그랗지 않고, 위치에 따라 지구의 중력도 조금씩 다릅니다. 빙하가 녹으면 밑에 눌려 있던 땅이 솟아오르면서 지형도 바뀝니다. 그래서 지역마다 해수면이 높아지는 정도가 다를 수 있습니다. 이것을 일일이 예측해서 대비하려면 복잡한 수학 계산이 필요합니다.
오늘날 이처럼 지구의 위기를 막으려는 수학계의 노력을 ‘지구를 위한 수학’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노력은 2009년에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북아메리카 지역의 수학 연구소들이 오랫동안 협력해 연구할 주제를 찾다가 ‘기후 변화와 지속 가능성’으로 결정했습니다. 이 계획은 2010년 세계 수학자 대회(International Congress of Mathematicians)에서 널리 알려졌고, 2012년에는 유네스코(UNESCO)의 후원을 받았습니다.
지구를 위한 수학의 연구 주제는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는 대기와 바다를 비롯한 지구 시스템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인구 변화, 전염병, 생태계 등 지구의 생명 시스템입니다. 셋째는 도시와 에너지, 식량 등 인간이 만든 시스템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기후 변화와 같은 위기에 처한 지구입니다.
앞서 다루었던 빙하와 해수면 상승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하나하나가 모두 매우 복잡한 계산이 필요한 일입니다. 이런 예측을 해내는 데 있어 수학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 미래를 예측한다고 해도 손을 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겠지요. 수학으로 예측한 나쁜 미래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모두가 힘을 합해 기후 변화에 대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