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개조하기
고호관 과학 칼럼니스트
현재 우리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되는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전 세계가 노력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가능한 한 대중교통을 사용하거나 폐기물을 적게 배출하는 등 지구 온난화를 줄이는 쪽으로 생활 방식을 바꾸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아이디어도 있습니다. 좀 더 커다란 규모에서 지구의 기후를 인위적으로 조작하자는 것입니다. 이런 아이디어를 ‘지구공학(geoengineering)’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인 방법이 온난화를 늦추는 정도라면, 지구공학은 더욱 적극적으로 온난화의 원인을 제거하는 게 목표입니다.
지구 온난화는 지구로 들어온 태양 에너지가 온실가스 때문에 예전보다 더 많이 갇히는 게 원인입니다. 따라서 대기 중의 온실가스를 제거하거나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 에너지를 줄이면 온난화를 막을 수 있습니다.
오늘날 인간의 활동 때문에 대기 중으로 흘러나간 이산화탄소는 오랜 시간에 걸쳐 식물, 바다, 흙에 흡수됩니다. 하지만 완전히 흡수되는 건 아닙니다. 일부는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계속 대기에 남아 온실 효과를 일으킵니다. 이 여분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방법으로는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건 나무를 심는 것입니다. 황무지에 나무를 심으면 나무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합니다. 습지도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니 사라진 습지를 복원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효율성이 별로 높지 않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아예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물질을 이용해 인공나무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도 있지만, 아직은 기술이 부족해 아이디어에 그칠 뿐입니다.
또는 ‘바이오숯(biochar)’를 이용하는 아이디어도 있습니다. 수백 년 전 아마존 원주민은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기 위해 숯을 만들어 땅에 묻었습니다. 원래 동물과 식물은 죽으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면서 이산화탄소를 방출합니다. 그런데 이 숯은 지금까지도 미생물에 분해되지 않고 탄소를 그대로 지니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식물을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 태워 숯으로 만들면 대기 중으로 흩어질 이산화탄소를 땅에 묻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아이디어는 바다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바다는 지금도 이산화탄소를 많이 흡수해주고 있습니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성장을 촉진하는 영양분을 뿌리면 더 많은 양을 흡수할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태양 에너지를 줄이는 방법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지구에 들어오는 태양 빛의 일부는 반사되어 우주로 돌아가는데, 빙하나 구름처럼 밝은색의 물체에 잘 반사됩니다. 빙하는 온난화 때문에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빙하가 줄어드는 만큼 태양 빛을 반사하지 못해 온난화가 더 빨라지므로 큰 문제입니다.
구름은 어느 정도 인공적으로 늘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기 중에 구름의 씨앗이 될 수 있는 입자를 뿌리면 구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비가 필요한 지역에서는 이런 방법으로 구름을 만들어 비가 내리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미세한 바닷물을 뿌려 구름을 더 하얗게 만드는 방법, 구름을 얇게 만들어 따뜻한 적외선을 흡수하는 것보다 태양 빛을 더 많이 반사하게 만드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 넓게 펼쳐진 하얀 구름은 햇빛을 반사해 에너지를 되돌려보낸다. (출처: 게티이미지)
황당한 이야기 같지만, 우주에 거대한 막을 펼쳐서 지구로 오는 태양 빛을 가리자는 아이디어도 있습니다. 지구를 비추는 태양 빛의 일부를 가릴 수 있다면 지구에 도달하는 에너지는 줄어들겠지요. 그 정도로 거대한 막을 만드는 건 어려울 테니 태양과 지구 사이에 작은 조각을 수없이 많이 뿌려서 지구로 오는 태양 빛을 줄일 수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지구공학의 아이디어는 아직 실현하기 어렵습니다. 기술적으로도 어렵고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온난화를 막기 위해 무리하게 시도하다가는 자칫 더 나쁜 결과가 나올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기후 변화라는 거대한 위협에 대항하려면 지푸라기라도 잡아야겠지요? 지구가 완전히 안전해지기 전까지는 이런 아이디어가 계속해서 나올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